2026-10-25 18:47:20 조회 : 564         
50번 ●조선의 천재 방랑 시인, 김삿갓의 파란만장했던 여정 시리즈 (10/10)♣ 이름 : 송천 김영동

           50번 ●조선의 천재 방랑 시인, 김삿갓의 파란만장했던 여정 시리즈 (10/10)♣

松泉 金永東

10.개성에서의 문전박대와 반전의 환갑잔치(개성인축객시, 환갑잔치 역전 구조 시)

삿갓이 드디어 개성(開城)에 발을 들였다. 조선의 상업 중심지, 그 유명한 개성 말이다. 오, 개성! 고려의 옛 수도 아닌가?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 개성에서 삿갓은 대문 앞에서 퇴짜를 맞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시 한 수를 남긴다. 그 시가 얼마나 절묘한지,

조선 팔도를 떠돌던 삿갓의 발걸음을 따라, 개성으로 가보자. 개성이라고 하면, 어떤 곳인가? 나는 인삼이랑 고려청자 정도밖에 모르는데. 맞다, 개성은 고려 500년의 수도였고, 조선 시대에도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개성상인들, 소위 송상(松商)이라 불리던 그 분들이 전국 상권을 장악했을 정도니까. 그런데 지명을 한번 보자. 개성(開城), 즉 열 개(開) 자에 성 성(城) 자를 쓰거든요. 뜻이 뭔가? 열린 성! 개방된 도시라는 뜻이다. 그렇다. 그런데 삿갓이 이 도시에 도착해서 어느 집 대문을 두드렸더니, 주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거다. 길손 하나 재워달라는데, 그냥 퇴짜를 맞은 거다. 아이고, 그게 얼마나 서운했을까. 한겨울이었나? 정확한 계절은 기록에 없지만, 하루 종일 걸어온 나그네가 쉴 곳을 부탁했다 거절당한 거니까. 그런데 삿갓은 어떻게 했을까? 화를 냈을까, 그냥 돌아섰을까? 시를 썼겠지! 삿갓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잖아. 바로 그거다. 대문 앞에서 그 자리에 딱 서서, 붓을 꺼내 시를 한 수 지었다. 그게 바로 개성인축객시(開城人逐客詩)라고 전해지는 작품이다.

개성 사람이 나그네를 쫓아냈다는 뜻을 담은 제목이다.

邑名開城何閉城 (읍명개성하폐성) 山名松岳豈無薪 (산명송악기무신) 어, 짧네. 두 줄밖에 없다 그렇다, 이 시는 전해지는 것이 두 행이다. 그런데 이 두 줄이 정말 무섭다. 한번 풀어볼까? 첫 줄, 읍명개성하폐성(邑名開城何閉城). 고을 이름은 개성인데, 어찌 이리 닫힌 성이냐. 오! 개성이 열릴 개(開) 자인데, 실제로는 닫혔다는 거잖아! 맞다. 지명의 뜻과 현실이 정반대라는 걸 지적한 거다. 이게 바로 반어법(反語法)이다. 열려 있다고 이름 지어진 도시가 실제로는 나그네에게 문을 걸어 잠갔다는 거다. 그러면 두 번째 줄은? 산명송악기무신(山名松岳豈無薪). 산 이름은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 하나 없느냐. 송악(松岳)은 소나무 무성한 산이라는 뜻이거든. 소나무가 가득한 산인데, 나그네가 불하나 쬘 장작조차 없다는 거다. 아, 그것도 이름과 현실이 반대네! 소나무 산인데 땔감이 없다니. 두 줄 다 같은 구조다. 이름은 풍요롭고 열려 있는데, 현실은 차갑고 닫혀 있다. 그걸 나란히 세워서 한 방에 보여준 거다. 이런 기법을 대구법(對句法)이라고 하는데, 첫 줄과 둘째 줄의 구조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잖아. 완전히 같은 구조로 도시와 산을 동시에 저격한 거군. 근데 이거, 이 시를 대문에 써 붙이기라도 한 건가? 정확히 어떻게 전달했는지는 기록에 없다. 하지만 삿갓이 지나간 자리마다 이런 시가 남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입으로 퍼졌을 거다. 당하는 쪽 입장에서는 굉장히 따끔했겠다. 개성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는데, 그래도 계속 돌아다닌 건가? 물론이다. 삿갓이 발을 멈출 리가 없잖아. 그런데 같은 개성 지역에서 이번엔 아주 다른 분위기의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이번엔 화가 아니라, 삿갓의 재치가 빛나는 장면이다. 어떤 상황인가? 어느 집에서 환갑잔치가 한창이었다. 잔치 분위기는 좋은데, 손님들이 시 한 수 지어달라고 청하는 거다. 그런데 그 환갑잔치 자리에 모인 아들들이 일곱 명이었대. 일곱 아들? 그 시대엔 많은 편인가? 아들 일곱이면 정말 복 받은 집이었지. 근데 삿갓은 이걸 어떻게 표현했을까?

披坐老人不似人 (피좌노인불사인) 疑是天上降神仙 (의시천상강신선)

膝下七子皆爲盜 (슬하칠자개위도) 偸得天桃獻壽宴 (투득천도헌수연) //

처음 두 줄은 엄청 좋은 말 같다. 노인이 사람 같지 않다고?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첫 줄, 피좌노인불사인(披坐老人不似人). 피좌는 비스듬히 앉아 계신다는 뜻이다. 비스듬히 앉아 계신 노인은 사람 같지 않구나. 이거, 욕처럼 들린다. 처음 들으면 그렇게 들린다. 그런데 다음 줄을 들어야 보자. 의시천상강신선(疑是天上降神仙). 천상에서 내려오신 신선이신 것 같구나! 아, 비록 피곤해 보이시지만 신선처럼 보인다는 극찬이었다. 아! 욕인 줄 알았더니 칭찬이었군. 이게 삿갓 시의 묘미이다. 처음엔 욕처럼 들리게 해놓고, 다음 줄에서 뒤집는 거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숨을 멈췄다가 웃음을 터뜨렸겠다. 그런데 세 번째 줄에서 또 반전이 일어난다. 슬하칠자개위도라고 했잖아. 무릎 아래 일곱 아들이 모두 도둑이라고?

이제 모두가 긴장하겠지. 아들 일곱 형제가 전부 도둑이라고? 이게 또 욕이잖아. 그러면 마지막 줄에서 또 뒤집히나? 투득천도헌수연(偸得天桃獻壽宴). 복숭아 서리를 해서, 즉 하늘의 복숭아를 훔쳐다 수연(壽宴), 장수를 비는 잔치에 바쳤다는 거다. 아! 도둑질을 했는데 그 훔친 게 하늘의 복숭아라는 거잖아. 하늘의 복숭아라고 하면 서 왕모의 천도, 그거 먹으면 불로장생하는 거 아닌가? 서 왕모신화에 나오는 불로장생의 복숭아, 천도(天桃)다. 아들들이 그 귀한 것을 아버지 환갑잔치에 바쳤다는 거니, 이게 사실은 어마어마한 효도 칭찬인 거다. 와, 욕인 줄 알았다가 칭찬, 또 욕인 줄 알았다가 다시 칭찬! 두 번이나 뒤집었다. 이걸 역전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청중이 긴장과 안도를 반복하면서 웃음이 터져 나오도록 설계한 거다. 그리고 이 시는 환갑잔치의 흥을 완전히 살려줬을 테고, 삿갓은 그날 대접을 받았겠지. 개성에서 문전박대도 당하고, 잔치에서 환호도 받고. 삿갓의 하루가 정말 롤러코스터다. 우리가 본 것은 두 가지 모습의 삿갓이었다. 차가운 대문 앞에서 반어법으로 도시를 저격하는 삿갓, 그리고 잔치 자리에서 역전 구조로 모두를 웃기는 삿갓. 같은 언어 감각이지만, 쓰임새가 전혀 달랐다. 둘 다 결국 현실을 꿰뚫어 보는 시선에서 나온 것 같다. 삿갓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 상황의 모순이나 역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걸 시로 표현했다.

★서 왕모(西王母)는 중국 신화와 도교 전설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여성 신선들을 통괄하는 최고위 지위의 신이다.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반도(복숭아)'를 관장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어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본뜻을 숨기고 그와 정반대되는 말을 하여, 내용의 모순을 통해 오히려 의미를 강조하거나 비꼬는(풍자) 표현 기법이다. 문장 자체는 모순이 없으나 문맥상 실제 상황과 어울리지 않을 때 반어법으로 해석하며, 주로 비난, 해학, 풍자의 효과를 낸다.

♣ 천학지어 상유이말(泉涸之魚 相濡以沫)

장자(壯子) ‘대종사(大宗師) 편’에 극한 어려움 속에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을 비유할 때 흔히 인용하는 말로 “연못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육지에서 말라 죽을 뿐이지, 그 습지에서 서로 수분을 흡수하는 것은 일시적 궁책에 불과하다.”“가뭄이 심한 여름 어느 날 길을 가던 장자가 바닥이 드러난 샘을 만났다. 샘에는 물고기들이 등을 드러낸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장자는 배를 드러낸 채 할딱이는 물고기들을 보고 물이 완전히 마를 내일쯤이면 다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물이 완전히 마른 샘에서 물고기들이 거품을 품어 서로의 몸을 적시며 아직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강이나 호수의 물을 끌어오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사론(生死論)을 펴고 있다. 여기에 유명한 “마른 샘의 물고기가 거품을 내 서로 적셔 의지한다.”는 천학지어(泉涸之魚)는 ‘마른 샘의 물고기’라는 뜻인데, 대개 상유이말(相濡以沫, 거품으로 서로를 적심)과 함께 쓴다. 극한의 어려움 속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을 뜻한다. 우리도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립니다.

 

★김병연金炳淵, 1807년 4월 22일~1863년 3월 25일)은 조선 시대 후기의 풍자 시인으로 유명했던 방랑 시인이다. 그는 흔히 김삿갓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일생과 배경 / 속칭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김병연그는 한자로써 '삿갓 립'笠자를 써서 김립金笠이라고도 한다. 방랑 시인 김병연金炳淵, 김삿갓 선생 그의 본은 안동安東이고, 자字는 성심性深, 호號는 이명怡溟, 지상芝祥, 난고蘭皐이고, 그의 선대 조상을 살펴보면, 9대조부는 1636년 당시의 병자호란 때 척화대신으로 유명한 청음 김상헌의 사촌 종형이 되는 형조참판 등을 지낸 김상준이며, 5대조는 황해도 병마절도사 등을 지낸 김시태, 고조부는 충청도 전의현감 등을 지낸 김관행, 증조부는 함경도 경원부사 등을 지낸 김이환이다. 그의 조부 김익순金益淳, (1764년생~1812년졸)이 1811년 홍경래의 난 때 평안도의 선천의 부사로 있다가, 홍경래가 이끄는 반란군한테 전격 투항한 것을 두고 비난하는 시로써 장원한 것을 수치로 여겨, 결국 일생을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죽장竹杖, (대나무 지팡이)이라는 단장單杖 한 토막으로 벗을 삼아 각지로 방랑을 했다. 그렇게 그는 일평생 도처에서 독특한 풍자와 해학 등으로 퇴폐하여 가는 세상을 개탄했다. 그의 수많은 한문시가 구전되고 있다. 그의 묘는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에 있다. 김삿갓은 조선 전국 영토 방랑의 시간들 속에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1863년 3월 25일(철종 14년), 향년 57세의 나이로 전라도 동복현 지역(지금의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의 한 선비 집에서 객사하게 된다. 부친의 행방을 찾아 헤매던 아들 익균은 1864년 3월 29일(고종 1)에, 부친의 유골을 모시어, 자기 집 동네와 가까운, 강원도 영월군 지역으로 이장한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정은 늙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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