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0 19:06:05 조회 : 35         
48번 ●조선의 천재 방랑 시인, 김삿갓의 파란만장했던 여정 시리즈 (9/10)♣ 이름 : 송천 김영동

         48번 ●조선의 천재 방랑 시인, 김삿갓의 파란만장했던 여정 시리즈 (9/10)♣

松泉 金永東

술과 밥상, 그리고 이중 독법의 묘미(간음야점, 반어법, 파격시-이중 독법)

삿갓이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시 안에 숨겨놓는 두 가지 방식을 보여드린다. 첫 번째는 말을 뒤집어서 웃음을 만드는 기법이고, 두 번째는 한문으로 읽으면 철학인데 우리말 소리로 읽으면 밥상이 차려지는 기법이다. 시간을 조금 되돌려 방랑 초기 경기도와 충청 일대를 돌아다니던 때로 간다. 두 편의 시는 기법이 서로 다르다. 첫 번째 시는 말을 정반대로 뒤집어서 웃음을 만드는 반어법(反語法), 두 번째 시는 한시 전체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읽어내는 이중 독법(二重讀法)이라는 기법을 쓰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삿갓이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시 안에 감쪽같이 담아낸 작품들이다. 첫 번째 시는 간음야점(艱飮野店)이라는 작품이다. 《김립시집(金笠詩集)》에 수록된 시로, 여러 자료에서 동일한 원문이 확인된다. 간음야점? 간음야점의 간(艱)은 어려울 간, 음(飮)은 마실 음이다. 야점(野店)은 들판의 주막이라는 뜻이다. 풀면 "들판의 주막에서 겨우겨우 술을 마시다"가 된다. 아, 그냥 가난한 나그네가 주막에서 술 마시는 이야기이다. 삿갓이 한창 방랑 중이던 어느 날, 해가 기울어 들판 어귀의 허름한 주막 앞에 섰다. 주머니를 털어보니 엽전이 일곱 닢. 일곱 닢이면 얼마나 하는 건지. 당시 엽전 한 닢이 지금 가치로 정확히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술 한 사발 값이 될까 말까 한 아주 적은 돈이다. 지갑에 오백 원짜리 동전 일곱 개 있는 상황이랄까. 술집 앞에 서 있는 거다.

千里行裝付一柯 (천리행장부일가) "천 리 길 떠날 채비로 지팡이 하나만 짚고 왔는데"

餘錢七葉尙云多 (여전칠엽상운다) "남은 돈 일곱 닢, 그래도 많다고 하네."

囊中戒爾深深在 (낭중계이심심재) "주머니 속에 너에게 이르노니, 깊이깊이 있어라"

野店斜陽見酒何 (야점사양견주하) "들판 주막, 석양 무렵에 술을 보았으니 어찌하랴"//

어머, 이게 무슨 뜻인가? 주머니한테 말을 거는 건가? 일곱 닢밖에 없으면서, 그 돈을 향해 "너는 많은 편이야, 깊이 있어라" 하는 거다. 근데 석양에 술을 보았으니 어찌하랴고 끝을 맺어요. 어찌하랴는 결국 마신다는 거잖아! 바로 그렇다. 전형적인 삿갓식 자기합리화이다. "돈이 많아, 근데 술이 보이네, 어쩔 수 없다" — 이 논리이다. 시 전체가 앞과 뒤가 서로 모순이잖아. 일곱 닢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하고, "깊이 넣어두라"고 했다가 결국 "어찌하랴"로 끝내는 거다. 이렇게 현실을 정반대로 뒤집어 표현하는 걸 반어법이라고 한다. 아, 반어법! 囊中裏有詩千首 (낭중이유시천수) 何必辛勤求酒錢 (하필신근구주전) "주머니 속에 시 천 수가 있으니 / 어찌 힘들게 술값을 구하랴" 오, 이 버전이 더 호탕한데? 시가 있으면 돈 필요 없다는 뜻 아닌가. 맞아. 원래 버전은 돈 일곱 닢을 두고 갈등하는 소시민의 모습이고, 이본은 훨씬 기세가 큰 방랑 시인의 모습이다. 어느 쪽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시나? 이번엔 오늘의 핵심, 파격시(破格詩)이다. 파격이란 기존 형식을 깨버린다는 뜻이다. 《김립시집》등 여러 학술 자료에 수록되어 있다. 파격시라면 형식이 이상한 건가? 형식도 형식인데, 진짜 파격은 읽는 방법에 있다. 한문으로 읽으면 완전히 정상적인 시인데, 한자 하나하나의 우리말 소리를 이어서 읽으면 갑자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天長去無執 (천장거무집) "하늘은 멀어 가도 잡을 수 없고"

花老蝶不來 (화로접불래) "꽃은 시들어 나비도 오지 않네."

菊樹寒沙發 (국수한사발) 국수 한 사발.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枝影半從池 (지영반종지) "나뭇가지 그림자 반쯤 연못에 드리웠네."

江亭貧士過 (강정빈사과)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

大醉伏松下 (대취복송하)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어졌네."

月移山影改 (월이산영개)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通市求利來 (통시구리래) "사람들은 시장에 이익을 구하러 오네." //

아, 멋있다. 가난한 선비가 취해 쓰러지는 그림이 딱 보인다. 근데 이중 독법은 어떻게 되는 거냐? 자, 이번엔 한자 뜻은 잊고. 각 행을 소리 나는 대로 그냥 쭉 읽어보라.

⓵천장거무집(天長去無執) —천장 거미집! 잠깐, 천장 거미집이다.

⓶화로접불래(花老蝶不來) —화로 겻불 내. 화로에서 겻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다. 아, 밥 짓는 장면이잖아!

⓷국수한사발(菊樹寒沙發) — 국수 한 사발! 국수 한 사발! 진짜 밥상이 차려지고 있다.

④지영반종지(枝影半從池) — 지렁 반 종지. 지렁은 간장의 옛말이다. 간장을 담은 작은 종지를 상에 올린 거죠. 세상에, 밑반찬까지 나온다.

⓹강정빈사과(江亭貧士過) — 강정에 빈사과. 강정은 꿀을 바른 한과이다, 거기에 사과까지 올라왔다. 강정이랑 과일까지! 진짜 밥상 차림이다

⓺대취복송하(大醉伏松下) —대추 복숭아! 아아아, 과일도 두 가지나온다!

⓻월이산영개(月移山影改) — 워리 사냥개. '워리'는 개를 부르는 소리이다. //

사냥개가 짖어대는 장면이 떠오른다. 밥상 한가운데 갑자기 개가 나타난 거다 음식 냄새 맡고 달려드는 개 한 마리. 삿갓이 그 집에서 실제로 푸대접 받은 장면이 눈에 선하지 않나?

⓼통시구리내래(通市求利來) — 통시는 뒷간, 즉 화장실이다. 통시에서 구린내가 풍겨 오는 것! 하하하하! 밥상 차려놨더니 마지막이 뒷간이다! 삿갓이 아주 작정을 하고 끝을 낸 거다. 천장 거미집에서 시작해서 밥상, 반찬, 과일, 개, 뒷간까지. 푸대접받은 집의 풍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그려낸 거다, 이게 진짜 천재가 한 건지, 아니면 되게 한가한 사람이 한 건지… 둘 다일 거다. 한자를 한문 뜻으로 읽으면 정통 한시가 되지만, 한자 소리를 우리말처럼 이어 붙이면 전혀 다른 문장이 나온다. 이걸 이중 독법이라고 한다. 예전에 나왔던 기법들이랑은 다른 거다. 3/10 에서 나왔던 이십수하(二十樹下)는 한자 숫자 이십, 삼십의 우리말 발음이 시무룩, 서러운처럼 들리는 기법이었다. 그건 특정 단어 하나의 이중 의미를 활용했지만, 이중 독법은 시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두 가지 방식으로 완전히 다르게 읽어내는 기법이다. 규모가 훨씬 큰 기술이다. 그리고 이 기법이 성립하려면 한자 하나하나의 발음이 우리말 단어 소리와 정확히 맞아야 한다. 게다가 한문 문법에도 맞아야 한다. 두 층위의 언어 규칙을 동시에 지키면서 시를 짓는 거니까 보통 내공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맞다, 그냥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계산이 들어간 거잖아. 삿갓이 이 시를 지은 배경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서당을 지나다가 훈장이 시를 짓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지었다는 거다. 물론 구전이니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삿갓의 즉흥성을 잘 보여주는 일화로 전해진다. 즉석으로? 이 계산을 즉석으로 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니까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삿갓이 얼마나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오늘 두 시가 겉보기엔 달라 보이는데, 연결되는 게 있는 것 같다. 좋은 관찰이다. 간음야점은 가난한 나그네가 술을 앞에 두고 돈 일곱 닢과 벌이는 내면의 갈등이고, 파격시는 한문 철학의 탈을 쓰고 사실은 밥 한 끼의 이야기를 숨겨 놓은 거잖아. 결국 둘 다 먹고 마시는 이야기다. 그렇다. 철학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배고프고 목마른 사람의 이야기. 삿갓은 그걸 감추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한시라는 형식으로 장난스럽게 포장해서 내놓은 것이다. 배고픔도 예술이 되는구나. 삿갓이 살았던 방식 자체가 그랬었다. 화려한 글재주를 가진 사람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소박한 밥상을 주제로 시를 썼으니까. 한문이 밥상으로 바뀌는 마법을 처음 봤다. 나도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소름이 돋았다. 정리해보면, 첫 번째 간음야점(艱飮野店)에서는 삿갓의 인간적인 모습, 가난하지만 술 앞에서 흔들리는 그 감정을 봤고. 두 번째 파격시(破格詩)에서는 같은 글자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읽어내는 이중 독법의 세계를 경험했다.

★간음야점(艱飮野店)은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이 남긴 대표적인 5언 절구 한시이다. '힘들게(또는 괴로워하며) 들판 주막에서 술을 마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파격시(破格詩)는 전통적인 한시의 엄격한 형식(운자, 평측, 대구 등)을 의도적으로 깨뜨린 시를 말한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감정과 해학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 마음에 무엇을 담으시겠나? / 하루를 시작하며 / 감사한 가지를 담고, / 사랑한 줌을 담고, /희망한 조각을 담아 보자. /그 마음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 행동은 결국 당신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 행복한 삶은 특별한 능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 마음속에 무엇을 채우느냐 에서 시작된다. /"인생은 내가 만나는 사람에 의해서도 달라지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에 무엇을 담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더욱 달라진다. 감사를 담으면 행복이 자라고, / 사랑을 담으면 관계가 깊어지며, / 희망을 담으면 내일이 밝아진다. / 오늘도 당신의 마음에 아름다운 씨앗을 심어 보자. 그 씨앗은 언젠가 삶을 향기롭게 하는 꽃으로피어날 것이다."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 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 “입은 화근의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 몸이 어느 곳에 있던지 편안하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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