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번●조선의 천재 방랑 시인, 김삿갓의 파란만장했던 여정 시리즈 (6/10)♣
松泉 金永東
★기호 지방의 가짜 선비들(욕설모서당, 서당욕, 구상유취)
함경도의 추위를 뒤로하고 김삿갓은 이제 조선의 교육과 문화가 집중된 기호(畿湖) 지방,
즉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로 내려온다. 이곳은 곳곳에 서당이 있고 자칭 선비라는 사람들이 넘쳐나던 곳이었다. 그럼 김삿갓이 대접을 좀 잘 받았겠나? 아무래도 글공부하는 동네니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가짜 선비'들이 많아서 김삿갓의 남루한 행색만 보고 무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한 마을의 서당에 들렀다가 겪은 문전박대 사건은 김삿갓 일화 중 최고의 '레전드'로 꼽힌다. 아, 그 유명한 '서당욕' 이야기이다. 김삿갓이 어느 마을 서당에 들러 하룻밤 묵기를 청했는데, 훈장이라는 사람이 김삿갓의 삿갓과 누더기를 보더니 "어디 거지같은 놈이 감히 신성한 학문의 전당에 발을 들이느냐"며 하인들을 시켜 쫓아내려 했다. 훈장이라면 덕을 갖춰야 하는데,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했군. 화가 머리끝까지 난 김삿갓은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붓을 빌려 서당 벽에 시 한 수를 갈겨쓰고 떠나는데, 이 시가 정말 기가 막힌다. 겉으로 보면 아주 평범한 한시인데, 우리말 소리로 읽으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되거든. 이 시는 여러 문헌에 공통으로 수록된 대표적인 풍자시이다.
제목은 <욕설모서당(辱說某書堂)>, 즉 '어느 서당을 욕하다'라는 뜻인데, 서당욕이라고도 불린다. <욕설모서당(辱說某書堂)>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서당인 줄을 이미 일찍부터 알았으나"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방 안에는 모두 귀한 분들뿐이로다"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 "학생은 모두 합쳐 열 명도 안 되는데"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 "선생은 나와서 인사조차 하지 않는구나." //
한자 발음이 심상치 않네. 일단 점잖은 '한자 뜻'부터 풀이해 보자. 한자의 문자적인 뜻은 이렇다. "서당인 줄을 이미 일찍부터 알았으나, 방 안에는 모두 귀한 분들뿐이로다. 학생은 모두 합쳐 열 명도 안 되는데, 선생은 나와서 인사조차 하지 않는구나." 예의 없는 훈장을 살짝 비꼬는 내용이다. 오, 뜻만 보면 아주 점잖은 시인데? 그렇다. 하지만 이걸 '우리말 소리'로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당시 김삿갓이 느꼈던 분노가 그대로 전해지는 아주 원색적인 표현들이 숨어있다. 아, 그러니까 훈장은 나중에 이 시를 읽고 "오호, 이 나그네가 나를 귀한 분이라고 칭송했구나" 하고 좋아하다가, 소리 내어 읽어보고는 뒤늦게 뒷목을 잡았겠네.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자의 훈과 음을 이용한 고도의 언어유희'이다. 자신의 지성을 이용해 무식하고 무례한 권위주의자들을 조롱하는 김삿갓 식 '사이다' 복수극인 셈이다. 정말 천재적인 발상이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김삿갓이 살았던 조선 후기는 한문을 아는 것이 곧 권력이었던 시대이다. 양반들은 한자를 독점하며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시했다. 그런데 김삿갓은 바로 그 한자를 이용해 양반들을 조롱한 거다. 일종의 '역이용'것이군. 더 놀라운 건, 이 시가 두 가지 층위로 작동한다는 거다. 첫째, 한자의 뜻으로 읽으면 훈장의 무례함을 비판하는 점잖은 시가 되고, 둘째, 우리말 소리로 읽으면 욕설이 되는 거다. 이런 이중 구조를 만들어낸 것 자체가 천재적이다. 그럼 훈장은 처음엔 칭찬인 줄 알고 좋아했겠네. 그렇다. 아마 마을 사람들 앞에서 "보시오, 이 나그네가 나를 칭송하는 시를 남기고 갔소." 하며 자랑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누군가 "훈장님, 그런데 이걸 소리 내어 읽으면." 하고 알려주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겠다. 서당 훈장뿐만 아니라 잘난 척하는 선비들도 많이 혼내줬을 것 같다. 또 다른 유명한 일화가 있다.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젊은 선비들이 개를 잡아서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개고기 파티를 하고 있었다. 김삿갓이 그 광경을 보고 한마디 던졌다. "구상유취로군요!" 구상유취요? 선비들은 김삿갓이 한 말을 듣고 발끈했다. '구상유취'라는 말이 심한 욕설로 들렸거든. 화가 난 선비들이 김삿갓을 붙잡고 "무슨 말이냐!"고 따졌다. 왜 욕설로 들렸나? '구상유취'는 한자로 口尙乳臭(구상유취)라고 쓰면 "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난다."는 뜻으로, 어린애처럼 철없다는 심한 욕설이다. 입 구(口), 오히려 상(尙), 젖 유(乳), 냄새 취(臭) 자를 썼다. 아, 그럼 선비들이 화낼 만하네. 네. 하지만 김삿갓은 태연하게 종이에 한자를 써 보였다. 그런데 그가 쓴 한자는 口尙乳臭(구상유취)가 아니라 狗喪儒聚(구상유취)였다. 같은 소리인데 다른 한자인가? 김삿갓이 쓴 한자는 이렇다. 개 구(狗), 초상 상(喪), 선비 유(儒), 모일 취(聚). 즉 "개의 초상에 선비들이 모였다"는 뜻이다. 개를 잡아먹는 장면을 그대로 묘사한 거다. 욕설인 줄 알았는데 사실 묘사였군. 바로 그거다. 선비들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 욕처럼 들렸는데, 김삿갓이 쓴 한자를 보니 "개 초상에 선비들이 모였다."는 사실 묘사일 뿐이니까. 항의를 하자니 자신들이 개고기 먹은 걸 인정하는 꼴이고, 그렇다고 넘어가자니 분하고. 정확하다. 이것이 바로 김삿갓의 '언어 마술'이다. 같은 소리 '구상유취'에 두 가지 한자 조합이 있었던 거다. 하나는 口尙乳臭(구상유취) -"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는 욕설, 다른 하나는 狗喪儒聚(구상유취) - "개 초상에 선비들이 모였다."는 사실 묘사. 김삿갓은 욕을 하면서도 욕이 아니라고 빠져나갈 수 있는 교묘한 장치를 만든 거다. 정말 기발하네. 한자를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니! 또 다른 일화도 있나?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공씨(孔氏) 성을 가진 부잣집에서 큰 잔치를 열고 있었다. 배고픈 김삿갓이 문 앞에서 밥 한 그릇 얻어먹기를 청했지만, 주인은 거지꼴의 김삿갓을 보고 "썩 꺼저라"며 쫓아냈다. 또 문전박대네. 화가 난 김삿갓은 대문 기둥에 시 한 수를 써놓고 떠났다. 제목은 욕공씨가(辱孔氏家), 즉 '공씨 집안을 욕하다'이다.
臨門老尨吠孔孔 (임문노방폐공공) "문 앞에 늙은 삽살개가 컹컹 짖는데"
知是主人姓曰孔 (지시주인성왈공) "주인 놈 성씨가 공씨(孔氏)인 줄 알겠노라"
黃昏逐客緣何事 (황혼축객연하사) "황혼녘에 나그네를 쫓아내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인가?"
恐失夫人脚下孔 (공실부인각하공) "부인의 아랫구멍(孔)을 잃을까 두려운 건가!" //
이건 정말 원색적이네. 그런데 한자를 보니 '孔'자가 계속 나오는데, 뜻이 다 달랐다. 바로 그게 이 시의 핵심이다. '孔'자가 딱 세 가지 뜻으로 동시에 활용되고 있다. 첫 번째 구절의 '孔孔'은 개 짖는 소리 '컹컹, 두 번째 구절의 '孔'은 성씨 '공(孔), 그리고 마지막 구절의 '孔'은 구멍 '공(孔)’이다. 같은 글자 하나로 세 개의 전혀 다른 의미를 엮어낸 것이다. 그러니까 "문 앞에서 컹컹 짖는 개를 보니 주인이 공씨구나, 황혼에 나그네를 쫓아내다니 혹시 부인 걱정에 그러는 건가?"라는 뜻이군. 겉으로는 상황 묘사 같은데 속은 완전한 욕설이네. 개가 짖는 소리 '孔孔(컹컹)’으로 시작해서 공씨 성을 등장시키고, 마지막에 '구멍 孔'으로 마무리하는 이 구성은 김삿갓 풍자시 중에서도 가장 대담하고 정교한 작품으로 꼽힌다. 성씨를 이용한 풍자라는 점은 함경도 길주 편과 같은 방식이지만, 수위는 훨씬 높다. 지금까지 여러 시를 보니까, 김삿갓만의 독특한 패턴이 있는 것 같다. 김삿갓의 언어유희는 크게 세 가지 기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쌍관법(雙關法)': 한자의 뜻과 우리말 소리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법. 욕설모서당(辱說某書堂)이나 구상유취(狗喪儒聚)가 대표적이다. 특히 구상유취는 같은 소리에 두 가지 한자 조합을 활용한 절묘한 예이다. 둘째, '반어법(反語法)': 지명이나 이름의 긍정적 의미를 정반대로 비트는 방법. 길주길주불길주(吉州吉州不吉州), 공문공문실공문(孔門孔門實孔門)이 그 예이다. 셋째, '과장법(誇張法)': 상황을 극도로 과장해서 풍자하는 방법이다. 이 세 가지를 자유자재로 섞어 쓴 거군. 그리고 이 모든 기법의 핵심은 '위선과 권위에 대한 저항'이다. 김삿갓은 한문이라는 지배층의 언어를 역으로 이용해서 그들을 조롱했던 것이다. 김삿갓은 단순히 욕쟁이 아저씨가 아니라 정말 '언어의 마술사'라는 생각이 든다. 김삿갓에게 시는 세상의 불합리함에 맞서는 유일한 칼이었다. 겉만 번드르르한 지식이 아니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먼저라는 것을 그는 시 한 줄로 가르쳐준 것이다. 배고픈 나그네에게 밥 한 그릇 주지 않으면서 공자를 운운하는 것, 그게 얼마나 위선인지를 폭로한 거네. 조선 시대에는 사서삼경을 외우고 한시를 짓는 것이 교양의 척도였다. 하지만 김삿갓은 묻는다. "그 많은 책을 읽고도 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느냐?" 이것이 바로 김삿갓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과장법(誇張法)은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크거나 작게 표현하여, 대상의 특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문장의 효과나 감동을 높이는 강조 수사법이다.
★인생은 언제나 평탄한 길만 이어지지 않는다. / 오르막에서는 땀을 배우고, /내리막에서는 여유를 배우며, / 굽은 길에서는 인내를 배우고, / 낯선 길에서는 용기를 배운다. /우리는 그렇게 한 걸음씩 삶의 깊이를 더해 간다. /시련은 우리를 더 아름답게만든다. /계곡을 흐르던 물은 바위에 부딪히며힘을 얻어폭포가 되고, /구름은 저녁노을을 만나 하늘을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인다. <끝>